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 이 좋은 걸 왜 안 하죠?

부동산 계약, 해보셨나요? 신분증, 인감도장, 인감증명 등 챙길 것도 많죠. 신분증 사진이 오래 지난 사진이면 동일 인물인지 사진으로 대조해 가면서 확인하기도 쉽지 않죠.

요즘 여기저기에서 부동산 전세 사기 이야기도 들려오고, 직접 부동산 계약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진행해도 불안한 마음이 깨끗하게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 보안이 심하기로 유명한 은행거래도 스마트폰으로 뚝딱하고 해치우는 시대인데 왜 부동산 계약은 그렇게 종이로만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시죠?

사실은 2016년 이후부터 정부에서는 전자서명 계약인 부동산 전자계약을 권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 전자계약이란?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으로 종이에 적는 계약 방식이 아닌 컴퓨터나 모바일기기를 사용해 온라인상에서 부동산 거래 계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뜻합니다.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부동산 거래에 전자계약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시스템이 완성되었고 지금은 누구나 원하면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부동산 중개료 1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이벤트까지 진행 중입니다.

부동산 전자계약은 부동산의 매수인과 매도인 그리고 공인중개사가 모두 모일 필요도 없으며, 온라인 본인인증 서비스를 사용하여 타인을 사칭하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거래를 결정하고 나서 계약서를 작성하면, 실거래 신고나 부동산 등기 접수까지 일괄처리가 가능하기에 매우 편리하기도 합니다.

또한 전세나 월세를 계약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 신청까지 진행되어 전세 사기에 대한 걱정도 일부 덜어낼 수 있죠.

왜 활성화가 안될까?

정말 단점을 크게 찾아 볼 수 있는 이 편리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이 왜 완성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활성화가 안 된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의 매도인들에게 거부감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도인은 매수인과는 달리 사기의 위험도 크게 없거니와, 부동산 거래 내역의 디테일이 모두 정부에 모니터링된다는 사실을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상승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거래의 주도권은 대부분 매도인이 가지고 있죠.

매도인은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면, 부동산 거래 내역이 디지털화되어 정부가 관리하게 되면 관련 세금에 대한 내역이 모두 자동으로 국세청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것이죠.

또한 부동산 계약을 진행하다 보면 전자계약 자체를 믿지 못하거나, 사용하지 못하는 나이의 분들도 많죠.

공인중개사 또한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정해진 수수료 외에 추가 서비스 비용을 물리는 곳도 있기에 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수인 입장에서는 부동산 거래가 투명한 것이 좋지만, 매도인과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그 투명함이 나중에 과세자료로 사용됨을 알기에 꺼리게 되는 것이죠.

주민 등록이 지문으로 관리되고, 신용카드와 바로 연계되어 정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를 국가에서 관리하는데 국민의 거부감이 적은 나라 중 1위입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자계약은 사람들이 사용을 꺼리는 것이죠.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모든 개인 정보를 국가에서 관리한다고 하면 엄청난 수의 대중이 모여 거품을 물고 빅브라더 반대 시위가 펼쳐질 것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모든 정보를 알고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사생활의 침해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