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형 부동산의 몰락 : 상가 공실의 공포

얼마 전 손정의 회장이 위워크 파산으로 18조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뉴스가 화제가 되었었죠. 위워크는 미국의 공유오피스 프렌차이즈로 신생 스타트업 기업 중 엄청난 성장세로 주목받았던 기업이기에 갑작스러운 파산은 충격적인 뉴스였습니다. 파산의 원인은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재택근무 수요와 고금리로 인한 불경기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상가 공실률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한때 은퇴 후 안정적인 기대 수익의 아이콘이었던 상가투자가 몰락하고 있는 것이죠. 왜 수익형 부동산의 몰락이 찾아온 것인지, 무슨 이유로 상가 공실은 늘어만 가는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익형 부동산의 몰락 썸네일

수익형 부동산이란?

수익형 부동산이란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형태의 부동산을 말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월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의 형태입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이 대표적이죠.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은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부동산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과 매월 받을 수 있는 임대료가 그것이죠.

온라인 상거래가 발전하기 전에는 선호도가 매우 높은 부동산 자산이었습니다. 은퇴 후에 월세 잘 나오는 상가 하나 장만하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죠.

평생을 노력해서 꿈을 이루었다고 행복했던 것도 잠시, 상가와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수익형 부동산의 몰락

코로나를 버티기 위해 엄청나게 달러를 찍어낸 미국은 달러 화폐 총량의 증가로 발생한 물가의 상승,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나라만이 아닌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외국 투자 자본의 이탈로 인한 금융 시장의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나라는 코로나를 어느 나라보다 훌륭하게 이겨냈기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올려가며 화폐를 찍어내서 위기를 넘긴, 양적완화의 후폭풍을 대비하고 있었지만, 미국이 기준 금리를 5% 이상까지 올릴 것이라는 예상은 못 했기에 경기의 침체를 피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고금리로 인해 상가나 오피스텔의 수요가 떨어지자, 부동산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지게 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망해나간 자영업자들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의 침체는 벤처 기업과 자영업 창업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버린 것이죠.

한때 은퇴 후 안정적인 수익의 아이콘이었기에 인기가 좋았고, 재건축, 재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공급이 생겨버린 상가시장이 먼저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고금리도 고금리지만,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실제 상가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죠. 코로나 시기에는 배달 장사가 가능했던 음식점과 카페는 배달 수요가 반짝 증가하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다른 상점들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동네 상권을 돌아보면 음식점과 커피샵만 살아 있는 것을 직접으로 확인 할 수 있을 겁니다.

상가 투자 수익률

2023년 2분기 서울 중심 상권의 투자 수익률은 1%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자산의 가치는 상승했으나 임대료는 따라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죠. 강남에도 공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공실인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건물의 가치는 임대 수익률로 결정이 되는 구조입니다.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물주가 많은 것이죠. 실제로 추후 건물을 매도하게 되면 건물의 가치가 수익에 비해 재평가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강남 가로수길에는 독특한 임대료 납입 방식인 깔세(보증금 대신 1년 치 임대료를 선납하는 행위)가 유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역수익률
강남구 신사역 상가0.72%
강남대로 주변 상가0.68%
압구정 상가0.54%
서울 상가 수익률 조사

공실의 증가

왜 유동 인구가 엄청난 서울의 강남에도 상가의 공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공급의 증가입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상가를 공급하게 된 것이죠. 2000년에서 2019년까지 서울에 증가한 상업용지는 3천만㎡가 넘습니다.

경기도의 신도시들도 생산은 타지역에서 하고 집에 와서 쉬기만 하는 Bed Town을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수의 도시형 공장, 지식산업센터를 허가해 주고 장려했었습니다. 지식산업센터는 지금 엄청난 공실로 커다란 사회문제로 등극하고 말았죠.

두 번째 이유는 인구의 감소입니다.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구는 자연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출산보다 사망자가 많아진 것이죠.

세 번째 이유는 두 번째와 연관되는 고령화 현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실제로 하는 인구는 2014년 이후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죠.

수익형 부동산에 공실이 찾아보면 매달 들어오던 임대료 수익은 사라지고 대출이자와 상가의 관리비까지 납부해야 하는 엄청난 적자운영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부동산의 가격이 떨어질까 무서워서 임대료를 낮추지 못하고 공실을 유지하는 소유주분들이 많습니다. 언젠가는 임차인이 찾아오겠거니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말이죠.

임대료를 낮춰서 임차인을 받으면, 10년 동안 상가입대차법에 따라 재계약 시 임대료와 보증금의 인상폭이 5% 제한에 걸리기 때문에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 꺼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프렌차이즈의 난립도 문제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상점은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어버렸죠. 자영업자들은 은행에 대출이자를 납부하고 상가 소유주에게 월세를 내고, 프렌차이즈 본사에 매출 대비 가맹비를 또 내야 합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들이 버는 격이죠.

맺음말

개인적으로 저에게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네”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잘 선별된 수익형 부동산은 지금 저가이기에 투자하기에는 적기로 보인다는 뜻이지, 모든 수익형 부동산 투자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가는 지역이 아닌 입지가 중요하고 소비자의 소비 형태는 큰 틀에서 바뀌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투자한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IMF 때 바닥을 친 부동산을 줍줍하신 분들은 아직도 풍족한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성투를 기원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