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라는 시스템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차계약의 형태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이자 없이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원금의 손해 없이 주택을 임대할 수 있는 계약의 형태로 내 집을 마련하기 전 디딤돌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주거 형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세 사기로 인해 전세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급기야 정부에서 2023년부터 전세보증보험의 가입 기준을 주택 공시가격의 126%로 확정 지으며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전세값을 정해주는 모양새가 되어버린 것이죠.
임대차 3법과 전세 사기 대란, 전세보증보험의 변화 등을 기반으로 왜 잘 돌아가던 전세 시스템이 이렇게 망가졌는지, 정부에서 정해주는 전세값으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임대차3법
2020년 정부는 압도적인 의석 차이로 법 개정에 유리한 점을 악용해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임대차 3법을 급하게 제정합니다.
임대차 3법에는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기존 2년이었던 계약기간을 2+2년으로 늘리고,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법이었으며,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의 상승을 5%로 제한하는 법, 전월세신고제는 임대차계약에 대한 내용을 30일 이내에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부동산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제정한 임대차 3법은 충분한 숙의와 합의가 진행되지 않아 설익은 법이었기에 추후에 커다란 부작용을 가져오게 됩니다.
전세가격을 한번 정하면 4년 동안 5%밖에 올릴 수 없기에 부동산 급등기였던 2020년, 집주인들은 새로운 새입자를 받기 전에 4년 치의 상승분을 미리 더하기 위해 전세값을 올리기 시작하고 이는 곧 주택의 가격까지 올리게 되는 엄청난 부동산 시세 왜곡이 발생하게 된 것이죠.
전세 사기 대란
부동산 시세는 움직입니다. 고정된 가격이 아니죠.
하지만 계약갱신청구권제로 4년 동안 전세를 주면, 전세값이 고정되는 형태의 법이 제정되었기에 전세의 시세는 주택의 시세를 따라갈 만한 유동성이 부족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종료되며 각국이 코로나를 버티기 위해 돈을 찍어내어 버텨왔던 결과로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발생했고 이는 곧 고금리의 시작이었습니다.
미국발 고금리는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운용되던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은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고, 주택의 가격은 내려가기 시작했죠.
주택의 가격이 급등하던 저금리 시절에 부동산 투자를 했던 집주인들은 금리로 인한 재정의 압박을 받기 시작하고, 하루하루 떨어지는 주택의 가격은 마침내 경색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전세값보다 더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는 것을 포기하고 집을 경매로 처리해 버리는 방법을 선택하게 돼버렸죠.
경매로 처리된 주택의 모든 금액을 전세 세입자에게 돌려준다 해도 전세보증금 모두를 보전해 줄 수 없었는데, 선순위 채권자가 세입자가 아닌 은행인 경우에 세입자의 타격은 엄청났습니다.
인생을 바쳐 모은 전 재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는 전세 사기가 쉴 새 없이 발생했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비극이 판을 치게 되었죠.
정부는 부랴부랴 여러 가지 정책을 발표해 전세 사기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도울 방법을 제안했지만 크게 실효성이 있는 정책보다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표면적 정책에 불과한 것들이 태반이었습니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조건의 변경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 중 하나가 전세보증보험가입률의 변경이었습니다.
보증보험사들이 기존 주택가격의 100%였던 전세보증보험 가입한도 금액을 90%까지만 인정하게 됩니다.
주택의 가격이 3억이면 2억 7천만 원까지만 전세값이 인정되는 것이죠.
거기에 더해 공시가격의 150%까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가능하던 것을 140%까지 낮추게 됩니다.
결국 90% * 140%로 공시가격의 126%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 가능한 금액이 되어버립니다.
아파트를 이 변화된 금액에 적용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비아파트인 빌라와 오피스텔 등에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세사기로 인해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하락하는 와중에 전세보증보험의 한도가 공시가격에 근거해 크게 떨어지자 가장 피해를 보는 것도 역시 비아파트 주택이었습니다.
비아파트 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에 비해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죠.
전세 시스템의 변화
시세보다 한참 낮은 공시가격의 126%의 보증금만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기에 빌라나 오피스텔의 가격이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예전 같으면 1억 8천, 2억 2천 등 딱딱 떨어지던 전세값들이 1억 5천 4백 30만, 2억 2천 3백 20만 등의 형태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공시가격에 126%를 곱해서 전세값을 책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공시가격의 126%를 곱한들 기존 전세값과 너무 많은 차이가 발생하므로 대부분의 전세는 반전세로 바뀌게 됩니다.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금액만 전세보증금으로 책정하고 나머지는 월세로 납입하게 되는 구조가 된 것이죠.
기존 내 집 마련의 디딤돌 역할을 톡톡히 해오던 전세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죠.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임대차계약의 형태입니다.
일종의 개인 담보 대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에 큰 윤활유 역할을 해오던 시스템이죠.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공적 물량으로 대응하기에는 허가부터 준공까지의 기간이 수년 이상 걸리기에 급격한 부동산 시장의 격동에 대응이 불가능 했지만 전세로 인한 자금의 유동성이 그 역할을 대신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하지만 이제는 전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이야기와 같은 뜻이며 이는 폭등과 폭락이 발생하기 쉬워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맺음말
자유시장경제에만 모든 것을 맏겨두어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독점과 같은 것들이 말이죠.
하지만 너무 많은 개입도 부작용을 만들어냅니다.
정부는 이제 모든 경제를 컨트롤하려 합니다.
정확한 세수와 국정의 운영을 위함이라 이야기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통제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발전은 느려질 뿐이고, 국가간, 국제 기업간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때로는 보호라고 적어두고 통제라고 읽히는 것들을 지워나가야 하는데, 입법은 엄청나지만, 폐지되는 법안은 극소량인것이 현실입니다.
입법으로 인해 이득을 보는 기득권들의 법안 폐지 방어가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단통법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죠.
국회의원 선거전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던 단통법의 폐지도 선거가 끝나자, 소리 소문 없이 조용해져버린것처럼 말이죠.
이런 시기일수록 차갑게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자산은 소중하니 말이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