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입니다. 에어컨의 계절이죠.
요즘 여름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더 더운 것 같습니다.
2024년 6월은 습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기온은 이미 7월의 그것을 넘어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작년부터 에어컨에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는 문제가 생겨서 삼성 AS센터를 통한 두 차례의 점검을 받았음에도 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에어컨을 교체해야 하나 싶었던 와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비슷한 사례를 찾아내고 그대로 적용한 결과 실외기 자가 수리에 성공했습니다.
에어컨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에어컨을 수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리서치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오늘은 작년부터 고군분투했던 에어컨 미지근한 바람 증상을 자가 수리로 성공한 사례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키보드 앞에 앉았습니다.
에어컨 고장 증상
저의 주거 공간에 설치되어 있는 에어컨은 제조된 지 18년 이상 된 천정형 시스템 에어컨입니다.
안방과 거실에 바람이 나오는 실내기가 각각 자리 잡고 있으며 바람을 차갑게 해주는 두 개의 실내기가 천장 내부의 배관을 통해 외부에 있는 하나의 실외기에 연결된 투인원 시스템 에어컨 구성입니다.
여러 해 동안 열대야가 찾아오면 안방 문을 열어놓고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가동하여 무더운 날을 이겨내고는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잘 버텨주던 든든한 에어컨이 작년 여름에 이상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안방 에어컨과 거실 에어컨을 동시에 가동하면 정상 작동이 되지만 거실 에어컨 하나만 가동하면 에어컨 바람이 미지근하게 나오고, 습도가 높은 날에는 거실에 있는 실내기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주 덥고 습한 날 저녁에는 에어컨에 세 개의 점검 등이 들어오며 스스로 전원이 꺼지는 현상까지 보였습니다.
물론 에어컨 차단기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면 재작동은 가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원이 스스로 꺼지는 증상이 반복되었습니다.
다행히 안방 에어컨을 거실 에어컨과 동시에 가동할 경우 그나마 차가운 바람이 조금은 나왔기에 겨우 그 뜨거웠던 여름밤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삼성 에어컨 AS
에어컨에 이상 증상이 보이자마자 삼성 AS센터를 통해 수리 접수를 했지만, 유난히 더웠던 2023년 여름이었기에 AS를 받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며 그래도 AS를 신청할 것이냐고 물어오더군요.
당연히 내년에도 여름은 오기 때문에 AS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다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자, 삼성 에어컨 수리기사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그렇게 방문 수리 날짜를 잡고 에어컨 점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달 정도 기다려서 말이지요.
삼성 AS 기사는 노트북을 거실 실내기에 연결 후에 여러 가지 체크를 해보고, 저에게 그간 이상 증상을 듣더니 에어컨의 냉매가 부족해서 실외기를 충분히 식혀주지 못해서 실외기 과열로 실외기가 다운되었을 수 있다고 말하고, 에어컨 냉매 교환과 실외기 온도 센서 교체를 받으면 상태가 좋아질 수도 있다고 점검 결과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수리를 받으면 수리비가 많이 나오니 8개월 정도 후인 2024년 4월쯤 삼성에서 에어컨 무상점검 이벤트를 할 때 점검을 받으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친절한 AS라 생각했기에 좋은 후기를 남겼고 그렇게 2023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에 삼성에어컨 점검신청을 다시 하고 또 다른 점검 기사를 만나게 되었죠.
하지만 이번에 점검을 진행한 삼성 AS기사는 전혀 다른 진단을 내놓더군요.
오랫동안 잘 작동되던 에어컨의 냉매는 갑자기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공기를 압축하는 콤프레셔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콤프레셔의 교환이나 에어컨을 새것으로 교환할 것을 권했습니다.
그리고 수리비는 안 나올 것이라며 남는 에어컨 실외기 온도 센서를 설치해 주고 갔습니다.
실외기가 다운되는 현상을 직접 확인하고 다음 수리를 진행하고 싶다며 아직은 선선한 5월이니 8월이 되면 다시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8개월을 기다린 두 번째 점검이 마무리되었습니다.
1년에 걸쳐 두 명의 삼성 에어컨 기사에게 점검을 받고 나니 이상한 느낌이 들더군요.
정확한 진단과 수리를 위한 노력보다는 지금을 모면하려는 느낌이 매우 강하게 들었습니다.
결국 1년을 기다려 정확한 에어컨 고장 원인을 찾지도, 수리하지도 못한 것이죠.
매우 오래된 에어컨을 점검해주는 것만으로도 물론 고마운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무료로 에어컨을 고쳐 달라는 것이 아니고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수리하고 싶다고 말해도 여러 가지 핑계로 수리를 미루기만 하는 삼성 AS 기사들의 행태는 매우 이상했습니다.
당장은 고객의 비위를 맞춰주고 좋은 후기만 얻으면 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더 이상 삼성 AS 센터를 믿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젠 예전의 삼성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실외기 자가 수리
올해도 뜨거운 여름이 올 것이기에 결단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에어컨을 교체할 것인지, 사설 수리를 이용할 것인지 말이죠.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실외기의 콤프레셔는 굉장히 단순한 구조이기에 쉽게 고장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콤프레셔가 아닌 주변 부품의 문제가 주로 발생한다는 것과, 그중 가장 고장률이 높은 것은 실제로 사용기한이 있는 콘덴서라는 것도 알아냈습니다.
키워드를 찾아내고 나면 일사천리죠.
실외기 콘덴서로 검색하자 저와 비슷하게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는 증상을 고쳤다는 사람들의 사례를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콘덴서를 스스로 교환해 보자고 생각하고 실외기의 뚜껑을 열어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행히 삼성 AS 점검이 나와서 실외기 온도 센서를 교체해 줄 때 실외기 뚜껑을 여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실외기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구석진 곳에서도 조작이 가능한 작은 주먹 드라이버를 준비해서 실외기 뚜껑을 고정하고 있는 볼트를 풀어나갔습니다.
열 개가 넘는 볼트 자리 중에 세 개만 제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나머지는 볼트 없이 비어있고 말이죠.
지난 삼성 AS기사가 실외기 뚜껑을 덮는 과정에서 공구가 잘 들어가지 않는 구석진 곳의 볼트는 그냥 비워두고 갔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세 개의 볼트만 풀고 쉽게 실외기의 뚜껑을 열 수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 설치된 에어컨은 오래전 제작된 정속형 에어컨이었기에 내부가 굉장히 간단하더군요.
인버터 형식의 에어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실외기 뚜껑을 열자마자 은색으로 빛나는 커다란 콘덴서가 교체하기 매우 쉬운 자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치를 보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죠.
컨덴서와 주변 부품들을 촬영하고 동일한 콘덴서를 네이버에서 검색해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콘덴서는 내부에 전기를 보관하고 있으니 충분히 방전시키고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더군요.
에어컨의 차단기를 내려놓고 하루 이상 대기 했으며, 작업 시에도 당연히 차단기는 내려가 있었습니다.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콘덴서를 주문하면서 절전이 되는 장갑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교체는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전선과 콘덴서가 접촉된 부분에 유착도 적어서 비교적 어렵지 않게 분리할 수 있었구요.
선의 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낡은 콘덴서에서 선을 분리하면 바로 새 콘덴서에 동일한 위치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기존에 사용되었던 콘덴서를 확인해도 외관이 부풀어 오르거나 녹이 슬거나 하는 이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콘덴서를 교체하면서도 커다란 기대는 하지 않았죠.
그렇게 교체를 마치고 실외기의 뚜껑까지 덮고 나서 에어컨의 차단기를 올리고 에어컨의 전원을 켰습니다.
에어컨의 전원 등이 깜빡이며 점멸하더군요.
무엇인가 잘못된 것인가 싶었지만 콘덴서에 충분한 전기가 축적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글을 봤었기에 5분 정도 대기한 후 다시 차단기를 내렸다가 올리고 에어컨을 작동시켰습니다.
이번에는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더군요. 그리고 5분에서 10분 정도 지나니 드디어 차가운 바람이 시원하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콘덴서 불량이 맞았던 것이죠.
맺음말
에어컨 업계는 썩었습니다.
한 철 장사이기에 계곡에서 파는 백숙과도 같죠.
동행과의 편안한 시간을 담보로 잡고 비싼 요금을 요구하는 그 업계말입니다.
에어컨 관련 종사자들과 이야기하면 가족의 시원한 여름을 담보로 비싼 수리나 새 에어컨 설치를 강요하는 친절한 깡패처럼 느껴집니다.
대기업이든 개인사업자든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에어컨 밥을 수십 년 먹은 그 삼성 AS 기사들이 과연 콘덴서 이상을 몰랐을까요?
아니면 일반인인 저도 어렵지 않게 교체할 수 있는 콘덴서의 비용이 너무 저렴해서 수리하기 싫었던 걸까요?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업계의 관행인 것일까요….
이 글을 찾아오셨다면 비슷한 문제로 고민 중일 확률이 높겠죠.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자가 수리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행운을 빌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