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완벽 방어는 불가능합니다 : 전세 제도 한계

부동산 시장에 급등급락이 찾아오며 우리나라 고유의 임대차 제도인 전세 제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급락한 전세 시세로 인해 전세 임대인이 보증금을 사용하고 차액을 구하지 못해 지급이 지연되는 현상과, 급락으로 인해 전세 시세보다 낮아진 비아파트 주택의 매매 시세로 인해 담보인 집을 그냥 포기해 버리는 집주인도 등장하고, 악의적으로 계획하고 전세 보증금을 받아서 잠적해 버리는 사례 등, 전세 제도가 가진 한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전세 제도가 왜 이렇게 파국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과연 전세 제도가 앞으로도 안정적인 주거 제도로 존재할 것인지 생각해 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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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제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전세 시스템의 본질은 바로 담보 대출입니다.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택의 거주권을 일정 기간동안 일정 보증금과 교환하여 보증하는 제도이죠.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주택에 거주하길 원하는 사람에게 돈을 빌리고, 거주할 권한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거주 기간이 종료되면 주택의 거주권을 담보로 빌렸던 돈을 돌려주며 마무리 되는 사금융입니다.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에게 돈을 빌려 기존의 세입자에게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 집 주인은 무이자로 자본을 무기한 유통할 수 있으며,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면 자산의 가치도 함께 상승하게 되기 때문에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죠.

전세 제도의 안정성은 부동산 시장이 하락기에 접어들면 흔들리게 됩니다.

전세 계약 기간이 2년이라는 긴 시간이기에 단기적인 시세 반영이 힘들고, 그로 인해 주택의 가격이 급격한 하락을 한 상황에서도 전세 보증금은 주택의 가격이 비쌌던 시기의 시세일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전세 사기

전세 사기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 시작한 사건은 일반적인 전세 거래가 아닌 빌라 건축 업자의 악성 재고 떨이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소규모 건축 회사라 해도 은행으로부터 PF를 받는 것이 매우 쉬었고, 극단적으로 프로젝트 매출의 10% 정도의 자본만 가지고 있으면 90%의 자금은 PF를 통해 충원하여 건축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금융 시스템을 이용해 빌라 업자들이 수십에서 수백 채의 빌라를 건축했으며, 준공 후 찾아온 부동산 경기의 하락과 높아진 금리는 빌라 건축 업자를 무겁게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빌라 건축 업자는 신축 빌라를 전세 시장에 내놓게 됩니다.

신축 빌라 시장에서 신축 빌라는 전세로 내놓는 것은 좋지 않은 수입니다.

전세는 당연히 매매보다 적은 금액이고, 전세로 신축 빌라를 시장에 내놓게 되면 빌라의 특성상 추후에 매매를 하게 되더라도 감가가 적용되기 때문이죠.

부동산 시세 하락기에는 업자가 전세 보증금을 받아 PF를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없습니다.

경기도 외곽의 빌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하락하기에 2년 후에 전세 계약이 종료되면 전세 보증금도 줄어들고 나머지 차액을 업자가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그렇게 대형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이죠.

갭투자를 위해 무리하게 전세를 끼고 매매로 주택을 구매한 경매업자의 경우에도, 전세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한 일반인의 철없는 금융계획도 이제는 전세 사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전세 시세와 매매 시세가 동일한 빌라를 취득세와 공인중개사 비용만으로 구매한 30대 집주인이 새로 이사 오는 세입자의 2억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받고,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채 잠적해 버리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런 사건의 경우는 아무리 조심해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사고이기에 더욱 안타까웠죠.

전세 사기 예방

만약 내가 전세 사기를 당하더라도 거주하던 주택을 처분해서 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수준의 시세를 가지고 있는 주택에 입주하게 되면 그나마 안심할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집주인이 마음먹고 기존 세입자새로 입주하는 세입자전세 보증금을 가지고 잠적한다면 답이 없죠.

주택을 소유한 지 오래된 집 주인이고, 몇 차례의 전세 계약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또 그나마 안심할 수 있겠죠.

그래도 그 주택 소유자의 자산이 내 전세 계약 종료 시점까지 안정적으로 운용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범죄자가 되어 교도소에 가더라도 상관없는 사람들의 범죄는 예상할 수 없기에 매우 무섭습니다.

얼마 전 아파트에서 발생한 일본도 살인 사건처럼 말이죠.

전세 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택의 소유자가 마음을 먹는다면 언제든 보증금을 가지고 잠적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전세 보증금 반환 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주택을 처분하여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보는 손해가 너무 큽니다.

주거는 삶의 기반이기 때문이죠.

주거가 흔들리면 인생이 흔들립니다.

이러한 손해에 대한 보상을 받을 방법이 지금은 없습니다.

사기 친 집주인이 감옥에 간다고 하더라도 사기를 당한 사람에게 보상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맺음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던 우리나라의 급성장기에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에 크게 기여해온 전세 제도가 이제는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흐름이 매우 느리고 유동성이 부족해서 요즘에도 조금만 심리가 흔들리면 급등급락을 오가곤 합니다.

전세 제도는 느리고 답답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전세 제도의 한계를 알고 이용해 먹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는 제도의 소멸을 의미하는 듯합니다.

근본적으로 경제 성장기에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에 악용 방법이 널리 퍼진 지금에 이르러 제도의 신뢰성은 바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비아파트 주택의 전세만 위협을 받는 듯 보이지만,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시작되면 아파트도 전세로는 안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부산의 아파트 가격을 보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천만 원짜리 구축부터 40억짜리 신축이 존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화폐의 가치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시기에 큰 자금을 묶어놓는 시스템이 전세 제도 이기에 개인의 투자가 활성화된 시대의 흐름과 결이 다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