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취소사태 : 청약 패러다임의 변화

얼마 전 파주에 위치한 공공택지에 주상복합아파트의 건축이 취소되며 청약통장을 사용해 사전청약에 당첨되었던 사람들의 청약까지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사전청약취소라는 큰 사고가 발생했는지, 정부의 대처는 무엇인지, 사전청약에 당첨되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될지 확인해 봤습니다.

giancarlo revolledo QOkr2RY4DT4 unsplash

사전청약제도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의 열기가 매우 뜨거울 때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시세를 안정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고 그중 하나가 사전청약제도였습니다.

사전청약은 주택의 본청약이 시작되기 전에 일부 물량에 대해 미리 청약을 받아 당첨자와 계약하는 시스템입니다.

당첨자는 준공까지 일반 청약보다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사전청약 금액이 그만큼 저렴하고 시간에 대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에 이득을 볼 수 있고,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더 이상 새로운 주택을 구매하려 시도하지 않기 때문에 호가의 안정세를 기대할수도 있으며, 시행사는 초반 자본의 구성에 도움이 되기에 이론적으로는 좋은 제도이긴 합니다.

사전청약취소사태

파주 운정 3지구에 주상복합 아파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DS 네트웍스는 경력이 많은 대형 시행사로, 경험이 풍부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여러 개 성공시켜 온 실력 있는 시행사입니다.

건축부지 또한 LH에서 조성한 공공택지GTX역에서 매우 가까운 위치로 미래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사전청약 취소의 이유는 아파트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것입니다.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이유는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상승한 공사비를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아파트 가격에 포함하지 못하게 되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업성이 떨어지고 분양에 대한 불확실성이 올라가자, 토지 대금을 빌려준 대주단에서도 DS 네트웍스에 계약 해제를 요구하게 됩니다.

결국 파주 운정 3지구 주상 복합 아파트 프로젝트는 2022년 6월 사전청약을 진행해 약 400명의 민간 사전 청약 당첨자를 발표하고, 2024년 6월 사업을 취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전청약취소 피해

파주 운정 3지구 청약에 당첨되었던 사람들은 사전청약이 취소되었다는 문자 한 통만을 받았습니다.

다른 보상이나 추후 진행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없었습니다.

청약을 준비해 본 분들을 알겠지만, 청약을 하고 당첨되어 검증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은 매우 집중력이 필요한 과정이기에 일상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민간 사전청약에 당첨되면 청약통장은 더 이상이 의미가 없어지며 그동안 쌓아 놓았던 점수가 초기화됩니다.

수년에서 수십 년의 노력이 사전청약 취소로 인해 날아가게 되어버린 것이죠.

어설픈 사전청약 제도를 만든 정부나, 사업성이 악화되어 사업을 포기한 시행사나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행사는 분양가를 현실적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탓을 하고 있으며, 정부는 묵묵부답입니다.

청약통장의 변질

기본 월 10만 원만 납입하면 최고 금액으로 인정되던 청약통장의 한도가 이제 월 25만 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청약 통장의 이율 또한 매우 낮은 상태인 2.8%로 유지 중입니다.

이율도 낮은 청약 통장에 매달 25만 원씩 저축해야만 십수 년 후에 공공 청약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공공분양의 청약 제도에 대한 신뢰도 이제는 낮아지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철근이 빠진 순살 아파트 부실 공사부터 시작해서 청약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가 보이니까 말이죠.

청약 통장 납입 금액 상한액 인상에는 저급한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주택 기금의 고갈을 만회하기 위해서죠.

주택 기금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주거 복지에 사용되는 기금이지만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 지갑이기도 합니다.

이 주택 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으며 이를 늘리기 위해 저금리로 국민의 돈을 빌리는 것이지요.

LH를 비롯한 정부의 부동산 관련 기관에서 사용하는 기금이며 또한 매년 멀쩡한 보도블록을 재공사하도록 유도하는 그 재원이 바로 주택기금이기도 합니다.

맺음말

청약 통장은 서민의 꿈입니다.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죠.

하지만 매달 10만 원에서 25만 원씩 수십 년을 모아도 수도권에 내 집을 한 채 마련하기는 힘듭니다.

만약 운이 좋아 십수 년 동안 청약을 착실히 준비해서 청약에 당첨되었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그 집 구매 비용의 이자와 잔금을 갚다가 죽어야 하는 인생이 되기 쉽죠.

정부는 그 착실한 사람들의 돈을 모아 주택 기금을 만들어 흥청망청 써재끼기에 바쁩니다.

개인의 꿈이 정부의 대책 없는 소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내 집 마련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를 믿고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큰 자본을 수십 년 동안 묶어 놓는 선택이 과연 좋은 선택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