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집의 의미는 나이를 먹으며 여러가지로 변해갑니다.
어릴 때 집은 엄마 아빠가 있는 안전하고 따듯한 곳, 조금 더 나이를 먹어서는 쉴 수 있는 편안한 곳, 더 나이를 먹어서는 가지고 싶은 것.
성인이 되어 내 집을 직접 구해야 오는 시기가 오면 그 편안했던, 그 안전했던, 그 따듯했던 집 한 채, 아니 방 한 칸 구하기가 너무도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이사는 자주 있는 일도 아니기에, 수 년에 한 번씩 집을 옮겨야 할 때 마다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전세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들어오신 여러분을 위해 이해하기 쉽도록, 기억되도록 전세와 전세사기를 피하는 법에 대하여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전세란?
집을 빌리는 사람(임차인)이 집을 빌려주는 사람(임대인)에게 일정 금액을 예탁하고 기간을 정하여 집을 빌리는 계약을 말합니다.임대차계약이면서 동시에 사금융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으로 흔하지 않은 임대방법 중 하나입니다.
전세의 유래
한문으로 전세는 傳(전할 전)貰(세낼 세)라고 적습니다. 그 단어로만 뜻을 유추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세라는 단어의 어원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전담보금임차세라는 오래된 단어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전담보금(傳澹保金) : 傳 전할 전, 擔 부담할 담, 保보전할 보, 金 금전 금
보전을 위해 부담하는 금액을 주인에게 전하는
임차세(賃借貰) : 賃품팔이 임, 借빌릴 차, 貰세낼 세
임대물을 빌리기 위한 대가로 내는 세
혹자는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고유 문화라고 하지만, 사실 전세의 개념은 고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도시인 누지(Nuzi)에서도 그 기록이 발견되었고, 그 후 바빌로니나,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에서도 사용되었던 제도입니다. 현재는 볼리비아나, 인도, 모로코와 콜로비아에서 유사한 제도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의 문헌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전당(典當)이라는 단어로 등장합니다.
전세(傳貰)라는 단어의 본격적인 등장은 1890년대 서울대의 규장각 고문서에서 발견되었고, 그 이전 강화도계약 체결 후 우리나라의 여러 항구가 개방되면서 주거시설이 모자르던 시기에 활성화 되었으리라 유추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3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된 조선의 ‘관습조사보고서’에서도 공식적인 전세의 기록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는 박정희 정권에서 기업에게만 대출을 허락하고, 개인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자 사적금융의 일환으로 전세가 전국에 걸쳐 유행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경제 황금기였던 1980년대 부동산 투자 붐이 불면서 그 틀이 지금과 같아졌습니다.
전월세전환율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전환율입니다. 2001년 전월세전환율을 정부에서 정해서 관리하기 시작했고, 2016년 개정되어 현재 기준금리 + 3.5%포인트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서울 강남의 법정전월세전환율은 5%이며, 이는 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그 5%인 500만원을 1년에 걸쳐 내야 한다는 뜻이며 12개월로 나누면 월세는 42만원이 됩니다.
전세 계약 주의점
전세는 기본적으로 사금융 즉 집주인이 전세로 입주하는 사람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리는 계약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집주인은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도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죠. 집을 담보로 세금을 연체 할 수도 있습니다. 집, 주택이라는 것은시세가 변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있는 자산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은 물론 은행에서도 재산으로 인정하고 집을 담보로 돈을 융통해줍니다.
은행에서 집값 1억 원의 60%인 6천만원을 대출 받은 집주인이 전세를 8천만원에 놓게 되는 경우, 집주인의 사업이 갑자기 망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시세대로 집을 처분한다 해도 은행이 우선 6천만원을 가지고 가게 되면 실제로 남는 금액은 4천만원 밖에 안되기 때문에 전세로 살고 있던 임차인은 4천만원을 잃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세금과 추징금 등으로 인해 4천만원보다 적은 금액을 받을 확율이 높죠.
전세계약을 할 때는 스스로 등기부등본을 읽을 수 있도록 훈련하고 등기부등본과 토지대장 그리고 건축물대장 등을 꼼꼼히 읽어보고 소유관계나 채무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있음이 확인되면 절대 그 채권이 소멸되는 것을 등기부등본에서 확인하기 전에 잔금을 치르면 안됩니다.
보통, 채권이 있어도, 빛이 있어도 소유자가 부자라느니, 신원이 확실하다느니 해서 공인중개사가 현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계약자(임차인)의 전세금도 채권으로 해석되기에 전세권 설정이나 확정일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통해 1순위의 채권자로 등록되도록 해야합니다.
전세 가격이 적정 가격인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발품을 파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터무니 없이 싸거나 비싼 가격일 시 주의해야 합니다.
매매가격도 정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급변할 땐 시세가 20~30%씩 변동 되기도 합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80% 이상일 경우 추후에 집의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비싼 역전세가 생기는 사고가 발생할 수 도 있습니다.
임대인(집주인)의 체납세금을 확인할 필요도 있습니다. 계약서를 가지고 세무서에 방문하면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확인 가능합니다.
당연히 집주인이 본인인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지고 운영하는 본인인지 신분증과 등록증, 인감증명서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맺음말
임차인에게 전세는 큰 돈을 장기간에 걸쳐 묶어 놓는 것과 같습니다. 계약 기간 이후에 전부 돌려 받으니 공짜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돈의 가치는 시간에 따라 낮아집니다. 1970년대 짜장면 한 그릇은 500원 이었고, 지금은 8000원 이상입니다. 1970년대에 금고에 있던 100만원은 지금도 100만원이지만, 100만원으로 구매 할 수 있었던 금이나 부동산은 지금 2000만원에 가까운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1970년대 대비 2020년대의 물가 상승률은 20배가 훨씬 넘습니다.
또한, 전세 제도로 인해 임대인(집주인)은 무이자로 큰 돈을 빌려 쓸 수 있기에 시장에 엄청난 유동성을 불어 넣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특이성이 유발되는 요소입니다. 부동산의 수요와 공급은 중간의 텀이 매우 길어서 정책적으로 보조해서 버퍼(완충 여분)를 잡아두지 않으면 편중 현상이 심해집니다. 전세 제도는 시장이 활발히 타오를 때 기름의 역할을 하기에 딱 맞는 제도 이기도 합니다.
월세에서 시작해 전세를 거쳐 내 집 마련으로 가는 사다리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 가격의 갭이 너무 커서 무색해진 면도 없진 않지만 말이죠.
모쪼록, 하자 없고 편안한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